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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기구가 없는 유원지 – 유령 같은 여가공간

by afflux-th 2025. 7. 13.

놀이기구가 없는 유원지 – 유령 같은 여가공간
– 간판만 남은 ‘○○랜드’의 현재

 

오늘은 ‘놀이기구가 사라진 유원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놀이기구가 없는 유원지 – 유령 같은 여가공간
놀이기구가 없는 유원지 – 유령 같은 여가공간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랜드’를 가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회전목마, 바이킹, 범퍼카, 눈부신 색의 간판,
튀김 냄새와 땀냄새, 그리고 웃음 소리로 가득했던 공간.

하지만,
그 많은 유원지들 중 일부는
지금 놀이기구도, 사람도 없이
그저 이름만 남은 유령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놀이가 사라진 공간이 남기는 감정과
그 유원지의 ‘지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랜드, 간판만 멀쩡한 그곳


지하철역에서 10분 거리,
주택가 사이에 낯선 간판이 보였습니다.

“○○랜드” – 형광색에 별 모양이 붙어 있는 글씨.
그 아래는 문이 굳게 닫힌 철제 펜스.
낡은 입구와 흙먼지 낀 바닥,
안쪽엔 놀이기구 대신 텅 빈 콘크리트 바닥만 보였습니다.

그곳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이름만 남은 유원지였습니다.

놀라웠던 건,
바로 옆 식당과 편의점은 정상 영업 중이라는 점.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유원지를 지나치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마치 그 공간이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요.

 

 

놀이기구는 어디로 갔을까?


몇몇 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곳은 1990년대 중후반까지 실제 운영되던 작은 유원지였습니다.

회전목마와 작은 미니바이킹

전기자동차 트랙

풍선 터뜨리기 게임

주말마다 열리는 어린이 인형극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 테마파크들이 인근에 들어서고,
아파트 단지가 주변을 둘러싸면서
자연스럽게 쇠퇴,
결국 몇 해 전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놀이기구는 대부분 철거되었고,
일부는 중고 기계 시장으로 넘어갔으며,
몇 개는 녹슨 채 그대로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


그날 나는 유원지 외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주변을 걸었습니다.

높은 철조망 틈으로
낡은 정글짐 하나가 보였고,
그 옆엔 바람 빠진 풍선 모양 구조물이
흙 위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풀은 허리까지 자라 있었고,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슬쩍 지나가더군요.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사람 없는 공간이 주는 기묘한 ‘정적’이었습니다.

예전에 여기가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웃고, 울고, 뛰어다녔을까?

지금은 그 기억만이 남아,
공간 전체를 싸고 있는 듯했습니다.

 

 

놀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할까?


놀이라는 건 단지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도시가 인간에게 허락한 여유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놀이가 사라지고
공간이 닫히고
기계가 철거되는 순간,

도시는 점점
‘쉴 틈 없는 시스템’이 되어 갑니다.

놀이기구가 없는 유원지는
단지 운영 중단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도시가 ‘놀이’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낸 결과이기도 하고

공간 자체가 기억의 외곽으로 밀려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죠.

 

 

유령 유원지, 그 공간의 재사용은 가능할까?


몇몇 도시에서는
이런 유원지를 리모델링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키즈카페 → 마을 도서관

낡은 놀이시설 → 청년 예술공방

공터 → 공공 텃밭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시도는 경제성 부족,
안전성 문제,
소유권 복잡성으로 인해
계획 단계에서 멈추곤 합니다.

결국, 그 공간은
그저 닫힌 채
시간만 흐르는 공간이 됩니다.

 

 

왜 우리는 ‘유원지’를 잊고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유원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놀이’는 도시에서 점점 사라지는 중입니다.

주거는 늘어나고

소비공간은 늘어나지만

순수한 놀이 공간은 줄어들고 있어요.

이제 놀이란,
“돈을 써야만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됐습니다.

그 유원지는
우리의 어린 시절뿐 아니라,
도시가 허락하던 자율성과 느슨함의 흔적까지
함께 사라지게 한 건지도 모릅니다.

 

 

📩 마무리하며: 당신 기억 속 ‘사라진 유원지’는 어디에 있나요?


혹시 어릴 적 자주 가던 놀이공원이 사라졌다는 사실,
뒤늦게 알게 된 적 있나요?

어느 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상가가 들어선 것을 보고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꼈던 적은요?

그건 단순한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놀이가 도시에서 밀려난 자리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