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지는 담벼락 아이 그림들
– 동네를 물들였던 색연필 같은 기억
– 지워지지 않는 그림, 지워진 공간
오늘은 ‘담벼락 아이 그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너네 학교에서 그린 벽화, 아직 남아 있어?”
한때 전국의 골목, 담장, 육교, 주택가 골목길에는
초등학생들이 그린 무지개, 웃는 얼굴, 꽃, 국기, 동물들이 가득했습니다.
비뚤비뚤한 손글씨로 “우리는 하나” “자연을 사랑합시다” 같은 문구도 적혀 있었죠.
그 벽화들은 단순한 미술 숙제가 아니라,
한 시대의 ‘동네 감성’을 보여주는 증거였고,
아이들이 만든 도시의 가장 순수한 미적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런 풍경, 본 적 있나요?
한때 ‘붐’이었던 담벼락 그림의 시대
2000년대 초중반, 전국 곳곳에서는
학교, 자원봉사 단체, 구청, 주민센터 주도로
담벼락 미화 프로젝트가 활발했습니다.
- ‘낙서 방지’ 차원에서 → 예방 효과
- ‘어두운 골목 밝히기’ → 범죄예방 디자인(CPTED)
- ‘지역 공동체 미화’ → 참여형 공공예술
- ‘학교 연계 프로그램’ → 미술·사회 수업의 연장선
대부분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사생대회나 방과후 미술시간을 통해
직접 콘크리트 벽에 색을 입히는 방식이었죠.
마스크도 없이 붓을 들고,
벽 앞에 서서 “비 온 다음에 또 칠하자” 하던 아이들.
그리고 완성된 그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자랑하던 모습들.
그건 단지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동네와 아이들 사이의 접점 만들기였습니다.
왜 점점 사라졌을까?
🏘 ① 도시 재개발과 함께 밀려난 ‘담장’
벽화가 그려졌던 공간 대부분은
낡은 저층 주택가, 골목길, 담벼락 있는 곳이었죠.
하지만 도시 재개발로 인해
담장이 허물어지고,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그림 자체가 함께 사라졌습니다.
🧽 ② 미관과 위생 문제 제기
시간이 지나며 그림은 색이 바래거나 벗겨지고,
낙서나 오염으로 지저분해졌습니다.
‘오히려 더 보기 안 좋다’는 민원이 들어오면서
일괄적으로 페인트로 덧칠하거나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 ③ 정책 방향의 변화
초창기엔 벽화가 ‘참여’와 ‘정서적 도시 미화’의 상징이었지만,
요즘은 보다 전문적인 공공디자인이나
실용 기반의 도시미학이 중시되며
‘아마추어 아이 그림’은
일종의 ‘임시 프로젝트’로 여겨지게 됐습니다.
📱 ④ 디지털 시대의 표현 방식 변화
요즘 아이들은
실제 공간보다는 디지털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SNS나 메타버스를 통해 공유하는 시대입니다.
실물 벽에 그림을 그리는 건
더 이상 표현의 주 무대가 아닌 시대가 됐습니다.
그래도 잊히지 않는 이유
담벼락 그림은 기술적으로는 낡았지만
정서적으로는 깊게 남아 있는 기억입니다.
- 아이들의 손글씨로 적힌 “학교 가는 길, 안전하게!”
- 아파트 옆 주차장 벽에 그려진 무지개와 평화의 비둘기
- 벽화 속 아이가 입고 있던 당시의 교복, 운동화, 가방
그건 단지 미화가 아니라
당시의 생활, 감정, 교육방식이 녹아든
시대의 기록이었습니다.
담벼락 그림은
기억의 시간표 같은 것이죠.
지금도 남아 있는 공간들
아직 몇몇 동네에서는
그 시절의 벽화가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비에 바래고 갈라진 그림
일부는 낙서로 덧칠되었지만
어떤 건 지금은 도시의 유일한 색채처럼 남아 있음
특히 오래된 시장, 시골 초등학교 담벼락,
공단 지역 주변 주택가 골목길 등에서는
20년 전 그림이 그대로 방치된 채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건 오히려 더 강한 정서적 인장을 남깁니다.
아이들이 자란 시간과, 도시가 변한 시간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마무리하며: 당신 동네의 담벼락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혹시, 어릴 적 자신이 그렸던 벽화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 있을까요?
그림 속에는
그림을 그릴 줄 알았던 우리,
세상을 좋아하던 우리,
함께 붓을 들던 친구들과의 웃음이 남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