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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7층까지 있는 낡은 상가 – 그 끝은 어디인가

by afflux-th 2025. 7. 10.

지하 7층까지 있는 낡은 상가 – 그 끝은 어디인가?
– 서울 도심 속,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의 미스터리


오늘은 ‘지하 7층까지 이어지는 낡은 상가의 비밀스러운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하 7층까지 있는 낡은 상가 – 그 끝은 어디인가
지하 7층까지 있는 낡은 상가 – 그 끝은 어디인가

 

 

 

서울처럼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도시에서는
가끔 상식 밖의 구조를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버튼에 ‘지하 7층’까지 있는 오래된 건물.
대부분의 사람이 지하 2~3층까지밖에 이용하지 않지만,
그 아래로 더 깊게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오늘은 서울 도심 한복판,
지하 7층까지 이어지는 낡은 상가 건물의 내부 구조와
그곳에서 느껴진 묘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작된 의문


서울 종로 근처, 오래된 전자부품 상가 건물에 들렀을 때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려 했는데,
버튼에 적힌 숫자를 보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B1, B2, B3… B7.

지하 7층?
이런 상업 건물에서 보기 드문 숫자였다.
심지어 건물 외관도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1층부터 5층까지는 작고 낡은 사무실, 전파상, 조그만 인쇄소 같은 공간이 빼곡히 들어선 형태였다.
겉보기엔 전혀 7층짜리 지하 공간을 품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려가 봐야 했다.

 

 

지하로, 더 깊은 지하로 – 점점 바뀌는 분위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낡은 상가 지하의 풍경.
조금 어두웠고, 환풍기 소리와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지하 2층은 조용했다.
몇 개의 창고형 사무실 문이 있었지만, 불은 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부터는 진짜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는 B3층까지는 멈췄지만,
그 아래는 계단을 이용해야만 내려갈 수 있었다.
경비원에게 “지하 7층까지 진짜 있어요?”라고 물으니,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예전에 쓰던 공간인데, 지금은 잘 안 써요”라고 했다.

나는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지하 4층, 5층…
계단참마다 불은 약간씩 어두워졌고, 공기의 질도 뚜렷하게 달라졌다.
축축하고, 곰팡이 냄새와 기계기름 냄새가 섞인 공기.

지하 6층쯤 되었을 때,
눈앞에 나타난 건 긴 복도와 닫혀 있는 철문,
그리고 아무도 없는 정적이었다.

이 공간은 버려진 건 아닐까?
하지만 불은 일부 켜져 있었고,
구석엔 오래된 사물함, 청소도구, 그리고 전선 더미가 흩어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누군가는 이곳에 들락날락하고 있는 것 같은 흔적.

지하 7층.
계단은 거기서 멈췄다.
잠긴 철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 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이 공간은 왜 존재할까?


‘왜 이 건물에 지하 7층까지의 구조가 존재하는 걸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

 

🏗️ ① 전시·기계설비 공간이었던 과거
1980~90년대 지어진 이 건물은,
한때 지하에 대형 기계설비, 저장 창고, 전자부품 테스트 공간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자부품 유통이 활발하던 시절,
지하 공간은 작업장, 음향 테스트 룸, 인쇄 장비 보관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는 지하 깊이 파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었다.
지상은 임대료가 비싸고 소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지하에 방음 설비를 설치하고 공장을 돌린 사례가 종종 있었다.

 

🕳️ ② 민방위 대피소 혹은 비상공간
또 다른 가능성은 민방위 대피소나 비상용 설비 공간이다.
과거에는 건축법상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에
대피공간과 기계설비실, 비상 전력 시스템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고,
이 공간들이 지하 깊은 곳에 배치되곤 했다.

실제로 지하 6~7층쯤엔 ‘기계실’, ‘전기실’, ‘비상 탈출구’라는 희미한 표식이 있었다.
지금은 방치되어 있지만,
분명 그 당시엔 의도가 있었던 공간이다.

 

🤫 ③ 용도 변경 불가한, 살아 있는 ‘죽은 공간’
마지막으로,
이 지하 공간은 법적으로 철거도, 용도변경도 어려운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공간일 수 있다.
위험 구조물은 아니지만,
상업적 가치가 없고
건물주 입장에선 유지 관리만 부담스러운 ‘반쯤 망각된 공간’인 것이다.

즉, 도시 안의 유령 기관처럼 존재하는 층이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이런 공간을 우리는 왜 외면할까?


사실 우리는 도시를 ‘지표면’ 위에서만 본다.
길을 걷고, 카페에 들어가고, 빌딩의 로비에 들르지만
그 아래의 구조, ‘도시의 하부층’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 무관심이 만든 결과가 바로 이런 공간이다.
분명 존재하지만,
아무도 내려가지 않고,
아무도 용도를 묻지 않는 계단 끝의 지하 7층.

그날 나는 지하 7층 철문 앞에서 꽤 오랫동안 서 있었다.
문득
“여긴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시간이 멈춘 장소.
혹은 도시의 시간이 무심히 스쳐간 공간.
그곳은 더 이상 ‘쓸모’로만 평가할 수 없는
도시의 기억 저장소 같은 느낌이었다.

 

 

🧭 마무리하며: 당신의 도시에도 그런 지하가 있을까요?


이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도시의 깊이를 잊고 살았을까요?
고층의 전망대에는 올라가지만,
지하의 끝은 내려가지 않습니다.

당신이 다니는 지하상가,
예전에 운영되던 문 닫은 지하 헬스장,
지하 4층까지 이어진 주차장 구석…
혹시 그곳 어딘가에도
아무도 열지 않는 철문,
아무도 눌러보지 않는 버튼이 존재하진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