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은 어디일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밤하늘은 끝없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온도의 높고 낮음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우주의 평균적 배경을 이루는 온도부터 특정 천체에서 관측된 극저온까지 차근차근 살펴보면 가장 차가운 장소의 정체가 또렷해집니다.
우주의 평균 온도와 자연이 만들 수 있는 냉각의 한계
우주 전체의 기본 배경 온도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라 부르는 빛이 결정합니다. 이 배경복사는 빅뱅 이후 팽창하며 식어 현재 약 섭씨 영하 이백칠십 도 정도인 이점칠이 켈빈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무런 열원도 없는 빈 공간이라도 배경복사의 광자에 끊임없이 노출되므로 이 온도보다 더 차갑게 유지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진공은 공기가 없다는 뜻일 뿐 절대적으로 온도가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물체가 존재한다면 그 물체는 복사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어느 수준의 열평형을 이룹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가장 차가운 천체를 찾을 때 단순히 공기 온도가 아니라 물질이 복사와 상호작용하며 정착한 유효 온도를 따집니다.
우주 공간에서 온도를 낮추는 주된 방법은 팽창에 의한 냉각입니다. 기체가 급격히 팽창하면 내부 에너지가 일을 하며 빠져나가고 그 결과 온도가 내려갑니다. 지구의 냉장고가 기체의 압축과 팽창을 이용하는 원리와 멀지 않습니다. 별이 진화 말기에 외피를 빠르게 방출하면 주변으로 분출된 가스는 급팽창하면서 빠르게 식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배경복사가 비추는 한 최저선은 이점칠이 켈빈 부근일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특정 조건이 겹치면 배경보다 더 낮은 상태가 가능해집니다. 가스가 매우 두껍고 불투명하면 외부의 배경광이 내부까지 깊게 스며들지 못하고 내부는 자기 팽창만으로 냉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추운 곳을 찾는 일은 단순한 온도 경쟁이 아니라 복사와 팽창과 불투명성의 미묘한 균형을 찾아내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면 왜 대부분의 성간 구름은 대략 십 켈빈 안팎의 차가운 온도를 보이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성간 먼지와 분자가 배경복사와 교환하는 에너지의 균형점이 그 근처이기 때문입니다. 태양계 안에서도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그림자 구역은 수십 켈빈까지 내려갑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우주의 절대적 최저점을 설명하기에 부족합니다. 더 강력한 냉각 기계가 작동하는 특수한 현장이 필요합니다.
부메랑 성운이 보여준 우주의 최저온도
현재까지 자연 상태에서 가장 낮은 온도를 보인 곳으로 알려진 대상은 남쪽 하늘에 위치한 부메랑 성운입니다. 지구에서 수천 광년 떨어진 이 성운은 중심에 늙은 별이 자리한 전형적인 원시 행성상 성운 단계의 천체입니다. 이 별은 진화의 말기에 접어들며 외피를 엄청난 속도로 바깥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분출된 가스는 초속 백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그 과정에서 아디아바틱 냉각이 극단적으로 일어납니다. 더욱이 가스와 먼지가 매우 두꺼워 외부의 배경복사가 내부 깊숙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성운 내부는 배경보다 더 낮은 온도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관측에 따르면 부메랑 성운의 가스는 약 일 켈빈 수준의 온도를 보입니다. 이는 우주 평균 온도보다도 낮은 값으로 자연이 스스로 만든 냉장고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이처럼 낮은 온도는 분자선 방출의 세기와 형태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됩니다. 밀도와 속도를 알면 어떤 주파수에서 얼마나 강한 신호가 나와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고 실제 관측값과 비교해 온도를 추정합니다. 분출 속도가 빠를수록 냉각 속도도 가팔라지므로 내부는 더 차가워집니다. 동시에 두꺼운 먼지층은 외부 복사를 차단해 차가운 상태가 유지되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두 조건이 맞물릴 때 배경보다 차가운 환경이 구현됩니다.
이 성운의 모습도 그 온도만큼이나 특별합니다. 가스가 양쪽으로 길게 뻗으며 쌍극 구조를 만들고 중심부는 어둡고 차갑습니다. 쌍극류의 대칭성과 속도 분포를 보면 중심별의 빠른 질량 손실이 한때 폭발적으로 일어났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별의 죽음이 남긴 흔적이 거꾸로 최저온도를 만드는 냉각 장치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가장 뜨거웠을 별의 핵이 생애 말기에 주변을 가장 차갑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별 진화의 역설을 떠올리게 합니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같은 이야기의 서로 다른 면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태양계와 근처 우주에서 만나는 극저온의 현장들
우주 전체의 최저점을 넘어 우리의 이웃 공간에서도 극저온은 의외로 자주 등장합니다. 달과 수성의 극지에는 햇빛이 영원히 들지 않는 영구 음영 분화구가 있습니다. 태양이 아주 낮은 고도에서만 떠오르는 탓에 분화구 바닥은 직사광을 받지 못하고 주변 지형이 내는 약한 복사만이 겨우 닿습니다. 이런 곳의 표면 온도는 수십 켈빈까지 내려가며 물 얼음이 장구한 시간 동안 보존됩니다. 행성 표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냉동고라고 부를 만합니다. 태양으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진 명왕성이나 혜성 표면의 밤쪽도 비슷한 원리로 매우 차갑습니다. 다만 이들은 배경복사보다 높고 성운 내부만큼 낮지는 않습니다.
성간 분자 구름 내부 역시 매우 차갑습니다. 별이 태어나는 요람이라 불리는 이 구름의 중심부는 빛이 스며들기 어렵고 가스가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열을 잃고 다시 얻는 과정이 느리게 진행됩니다. 이곳의 온도는 보통 십 켈빈 안팎이며 분자 회전선의 세기를 통해 측정됩니다. 낮은 온도는 분자들이 쉽게 결합해 더 무거운 분자를 만들게 하고 결국 중력 수축이 일어나 별이 태어납니다. 차가움이 오히려 탄생의 조건이 되는 셈입니다.
인공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온도도 가능합니다. 원자들을 레이저로 냉각하고 자기장으로 가두면 수십 나노켈빈에 이르는 극저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실험실 범주이지만 자연이 만든 부메랑 성운의 일 켈빈과 대비하면 냉각 방법과 한계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편 거대한 우주 공허라 부르는 은하 사이의 빈 구역이 더 차갑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있지만 이들 공간은 배경복사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온도는 배경 값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간이 비었다고 해서 더 차갑다는 보장은 없는 것입니다.
가장 차가운 곳을 찾는 일은 기록 경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물리 법칙이 어떻게 얽혀 서로를 제한하는지 보여주는 통로에 가깝습니다. 팽창과 복사와 물질의 불투명성이 맞물릴 때만 배경보다 낮은 온도가 허용됩니다. 별의 말기 진화라는 격렬한 과정이 냉각의 무대가 된다는 사실은 우주의 다양한 얼굴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뜨거움이 없으면 차가움도 없고 차가움이 깊을수록 그 배경에는 더 거대한 에너지의 이동이 숨어 있습니다. 결국 가장 차가운 곳을 이해하는 일은 우주의 가장 뜨거운 역사에 닿는 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