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뒤편 폐놀이터 – 남겨진 기억들
– 아이들이 사라진 자리, 시간만 남은 놀이터
오늘은 ‘초등학교 뒤편의 폐놀이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놀이터를
웃음소리, 해맑음, 역동성의 상징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모습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서울 외곽, 오래된 초등학교의 뒤편에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아이들의 기억은 사라지고
시간만 덩그러니 쌓인 장소였습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마주한
조용하고도 묘한 감정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그 놀이터를 처음 발견한 날
그날 나는 서울 북부의 한 오래된 초등학교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정문과 교실 창문은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지만,
건물 옆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뒤편으로 연결되는 작은 울타리와 낡은 철문이 있었습니다.
문은 반쯤 열린 상태였고,
그 뒤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고여 있는 듯한 공간이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폐놀이터였습니다.
바닥은 갈라진 고무 매트,
녹슨 철봉과 미끄럼틀,
잡초가 허리 높이까지 자란 모래밭,
그리고 흔들리는 그네.
누군가 방금까지 놀다 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그대로였지만,
기묘하게도 사람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놀이터는 왜 ‘폐’가 되었을까?
이 놀이터는 학교 소유였지만,
10여 년 전 학교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활용도 저하’라는 이유로
운영에서 제외됐다고 합니다.
학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위치가 외진 데다,
감시 사각지대가 돼서 사고 위험이 크다 보니...
그냥 방치된 상태로 있어요.”
이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묘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봉인된 공간,
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장소.
놀이를 금지당한 공간,
혹은 놀이를 잊혀버린 공간.
이 폐놀이터는
잃어버린 시간의 박제 같았습니다.
그 안에 남겨진 것들
나는 그 놀이터 안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 녹슨 회전그네
먼지와 부식이 뒤섞인 채 멈춰 있던 회전그네.
손잡이를 잡아보니 아직 돌아갔습니다.
그 순간, 귓가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환청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 바닥에 남겨진 분필 낙서
모래판 가장자리에
흐릿하지만 분명한 아이의 글씨체가 남아 있었습니다.
“ㅇㅇ이랑 친구하기 약속함”
그건 분명
그 공간에서 나름의 ‘약속’이 이루어졌다는 증거였습니다.
지금은 지워지지도 못한 채, 바람에 씻기고 있었습니다.
🎈 오래된 풍선 조각
철봉 아래, 말라붙은 풍선 한 조각이 있었습니다.
이미 색도 바래고, 탄력도 없어진
그저 ‘과거의 잔재’일 뿐인 물체.
그것이 너무도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놀이터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이 놀이터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만
조용히 살아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놀고,
공간보다 디지털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시대.
이런 물리적 공간은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밀려나고 잊히는 겁니다.
하지만…
나는 이 폐놀이터에서
놀이라는 개념의 온기를 여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구와 싸우고,
무릎 까지고,
그네에서 밀어주며 웃고,
수업 끝나고 미끄럼틀로 뛰어내리던
그 ‘살아 있는 움직임’들이
공간에 어렴풋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공간이 주는 감정
나는 그 놀이터에 30분 정도 머물렀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그네가 아주 천천히 흔들렸고,
녹슨 철이 삐걱이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 순간,
도시는 잠시 정지된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려진 놀이터는 사실, 우리가 어른이 되며 떠나온 세계의 잔재 아닐까?’
우리는 자라면서
놀이를 잊고,
몸으로 부딪히며 사는 방식을 버리고,
좁은 사무실과 각진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폐놀이터는
그 ‘이전의 삶’을 잊지 말라고
조용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마무리하며: 당신의 기억 속 폐놀이터는 어디에 있나요?
혹시,
어릴 적 뛰놀던 놀이터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
기억나시나요?
그 공간을 다시 찾는다면
그 안에는 놀이 이상의 시간과 감정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