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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목욕탕, 마지막 동네의 풍경 대중목욕탕, 마지막 동네의 풍경– 연기 자욱한 탕 안의 기억– 나란히 등을 맡기던 시절오늘은 ‘대중목욕탕’이라는 공간의 사라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목욕을 하러 갔지만,사실은 사람 냄새를 씻는 곳.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가만히 등이라도 기대면세상의 긴장이 다 풀리는 곳.우리에겐 그런 장소가 있었습니다.바로 대중목욕탕입니다.지금은 도시 곳곳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그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오늘은 그 마지막 남은 ‘탕 안의 연기’와 ‘사람들’의 풍경을 돌아보려 합니다. 탕 안의 풍경 – 가장 알몸의 공동체대중목욕탕은 말 그대로 함께 씻는 곳이었습니다.찬물과 뜨거운 물이 나뉜 커다란 욕조벽면 가득 붙어 있는 거울과 플라스틱 바가지칸막이 없는 세면대 줄한쪽 구석엔 “때밀이 아저씨”구석에 앉아 수건.. 2025. 7. 16.
등사기 냄새와 필름 인쇄지의 기억 등사기 냄새와 필름 인쇄지의 기억– 보라색 잉크의 시험지, 잊을 수 없는 종이 냄새– 복사가 아니라 '찍어냈다'는 감각 오늘은 ‘등사기’와 그 독특한 냄새가 배어있던 ‘필름 인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험지, 학급 회지, 동아리 소식지, 공지문…어릴 적 받았던 수많은 종이들 중에유독 기억에 남는 건 보라색 글씨가 흐릿하게 번진 종이,그리고 그것을 받자마자 킁킁 맡던 나 자신이었습니다.그건 지금의 프린터나 복사기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죠.종이 하나에도, 손때와 냄새와 열이 묻어 있던 시대.오늘은 등사기라는 기술과, 그 시대의 향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보라색, 흐림, 번짐 – 등사본의 감각등사지는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죠:잉크는 보라색 혹은 파란색, 번지거나 얼룩이 많았고글씨.. 2025. 7. 15.
구청에서 보내온 우편지, 이제는 오지 않는다 구청에서 보내온 우편지, 이제는 오지 않는다– 한때는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신호– 종이에서 앱으로 바뀐 행정의 얼굴 오늘은 ‘구청 우편지’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거 뭐야?”현관문 밑에 놓인 구청 봉투를 보면왠지 모르게 심장이 철렁했던 기억, 있지 않나요?어느 날 집에 도착했는데우편함에 꽂혀 있던 회색 봉투.구청, 시청, 혹은 동사무소 마크가 찍혀 있고창문형 우편지 속에 이름 석 자가 딱 박혀 있던 그 느낌.그건 단지 서류 한 장이 아니라공적인 메시지였고,삶의 작은 사건을 알리는 전령이었습니다.하지만 요즘은 그런 우편지를 거의 받아보지 않습니다.오늘은 그 ‘공적인 종이 한 장’이어떻게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회색 봉투가 주는 감정.. 2025. 7. 15.
문방구 앞 게임기의 멸종 문방구 앞 게임기의 멸종– 동전 한 개로 펼쳐졌던 세계– 골목 끝 오락실의 마지막 흔적 오늘은 ‘문방구 앞 게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00원만 더 줘!”“엄마, 다섯 판만 하고 갈게!”“얘들아, 나 이거 3판 연속 이겼어!”어느 동네에서나,어느 학교 앞에서나,우리는 문방구 앞에 놓인 작은 게임기 앞에 서 있었죠.그곳은 단순한 오락기계가 아니라경쟁의 무대, 자존심의 전장, 우정의 확인 장소였습니다.지금은 거의 사라진 그 게임기의 자리,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오늘 다시 꺼내보려 합니다. 문방구 앞, 골목 끝 – 그 세계의 풍경기억나나요?문방구 앞 작은 지붕 밑에 줄지어 놓인 게임기들보통 2~3대, 많으면 5대까지유리창은 기스 투성이였고조이스틱은 헐거웠지만, 손에 익으면 그게 더 편.. 2025. 7. 15.
파란 공중전화 부스의 최후 파란 공중전화 부스의 최후– 거리에서 사라진 통신의 공간– 동전의 소리, 기다림, 그리고 조용한 사라짐 오늘은 ‘파란 공중전화 부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한때는 골목마다, 학교 앞마다, 버스정류장마다 있었던파란 공중전화 부스.급한 일이 생기면 뛰어갔고,하교 길 친구와 장난삼아 수화기를 들기도 했으며,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한참 동안 동전을 넣어가며 통화하던 기억.하지만 지금은그 파란 부스를 거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오늘은 그 사라진 공간,공중전화 부스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거기 전화 좀 써도 될까요?”라는 말이 자연스러웠던 시절공중전화는 단순히 ‘통신 기기’가 아니라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공공의 연결점이었습니다.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유일한 연락 수.. 2025. 7. 14.
사라진 비디오 대여점, 마지막 지점을 찾아서 사라진 비디오 대여점, 마지막 지점을 찾아서– 기억 속으로 사라진 동네의 작은 극장– 우리가 잊고 지낸 재생 버튼의 감성 오늘은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비디오 빌리러 가자.’이 한마디로 주말의 설렘이 시작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하지만 지금,그 말은 너무 오래된 대사처럼 들리죠.비디오 대여점은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사라졌습니다.오늘은 그 사라진 공간,비디오 대여점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그곳엔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의우리 세대의 감정과 풍경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골목 끝 ‘○○영상’ – 간판은 아직 있다서울 변두리, 오래된 다세대 주택 사이우연히 마주한 간판 하나가 있었습니다.“○○영상”희미하게 색이 바랜 노란 글씨.비디오테이프 그림 옆에 ‘CD·.. 202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