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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사라진 ‘철봉’과 ‘줄넘기장’ 도시에서 사라진 ‘철봉’과 ‘줄넘기장’– 아이들의 놀이터는 어디로 갔을까– 흔적은 있지만 기능은 사라진 공간 오늘은 운동장에 있던 ‘철봉’과 ‘줄넘기장’이 왜 사라졌는지,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혹은 동네 놀이터 구석에늘 3단 철봉이 있었습니다.그리고 흰색 석회 가루로 네모나게 그어진줄넘기장이 옆에 그려져 있었죠.거기서 우리는오금이 쑤시도록 턱걸이를 하고,단체 줄넘기를 하며 웃고,심지어 연애편지를 몰래 주고받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지금 운동장에 가보면,그 철봉대는 사라졌거나 녹슨 채 방치돼 있고,줄넘기장은 도색이 지워져 흔적조차 남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철봉과 줄넘기장의 정체 –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었다철봉은 단순히 턱걸이나 매달리기만 하는.. 2025. 7. 17.
점점 사라지는 담벼락 아이 그림들 점점 사라지는 담벼락 아이 그림들– 동네를 물들였던 색연필 같은 기억– 지워지지 않는 그림, 지워진 공간 오늘은 ‘담벼락 아이 그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너네 학교에서 그린 벽화, 아직 남아 있어?”한때 전국의 골목, 담장, 육교, 주택가 골목길에는초등학생들이 그린 무지개, 웃는 얼굴, 꽃, 국기, 동물들이 가득했습니다.비뚤비뚤한 손글씨로 “우리는 하나” “자연을 사랑합시다” 같은 문구도 적혀 있었죠.그 벽화들은 단순한 미술 숙제가 아니라,한 시대의 ‘동네 감성’을 보여주는 증거였고,아이들이 만든 도시의 가장 순수한 미적 표현이었습니다.하지만 요즘 그런 풍경, 본 적 있나요? 한때 ‘붐’이었던 담벼락 그림의 시대2000년대 초중반, 전국 곳곳에서는학교.. 2025. 7. 16.
이름만 남은 ‘정기구독 잡지’의 최후 이름만 남은 ‘정기구독 잡지’의 최후– 서점이 아닌 ‘우편함’으로 도착하던 문화– 매달 기다리던 책이 사라진 이유오늘은 ‘정기구독 잡지’의 사라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매달 말, 우편함에 탁 도착하는알록달록한 봉투 속 새로운 잡지 한 권.표지를 넘기면처음 보는 영화, 신간 소개, 인터뷰, 만화, 시사칼럼…그 모든 콘텐츠가마치 나만을 위해 배달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하지만 이제,그 대부분은 폐간되었거나 웹사이트 속 아카이브로만 존재합니다.오늘은 그 정기구독 잡지라는 문화의 종말,그리고 우리가 놓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기구독 잡지 – ‘취향의 사서함’을 열던 시절정기구독 잡지는 단순한 책이 아니었어요.그건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기록된 월간 타임캡슐이었죠. - 초등학생 땐 『보물섬』.. 2025. 7. 16.
대중목욕탕, 마지막 동네의 풍경 대중목욕탕, 마지막 동네의 풍경– 연기 자욱한 탕 안의 기억– 나란히 등을 맡기던 시절오늘은 ‘대중목욕탕’이라는 공간의 사라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목욕을 하러 갔지만,사실은 사람 냄새를 씻는 곳.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가만히 등이라도 기대면세상의 긴장이 다 풀리는 곳.우리에겐 그런 장소가 있었습니다.바로 대중목욕탕입니다.지금은 도시 곳곳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그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오늘은 그 마지막 남은 ‘탕 안의 연기’와 ‘사람들’의 풍경을 돌아보려 합니다. 탕 안의 풍경 – 가장 알몸의 공동체대중목욕탕은 말 그대로 함께 씻는 곳이었습니다.찬물과 뜨거운 물이 나뉜 커다란 욕조벽면 가득 붙어 있는 거울과 플라스틱 바가지칸막이 없는 세면대 줄한쪽 구석엔 “때밀이 아저씨”구석에 앉아 수건.. 2025. 7. 16.
등사기 냄새와 필름 인쇄지의 기억 등사기 냄새와 필름 인쇄지의 기억– 보라색 잉크의 시험지, 잊을 수 없는 종이 냄새– 복사가 아니라 '찍어냈다'는 감각 오늘은 ‘등사기’와 그 독특한 냄새가 배어있던 ‘필름 인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험지, 학급 회지, 동아리 소식지, 공지문…어릴 적 받았던 수많은 종이들 중에유독 기억에 남는 건 보라색 글씨가 흐릿하게 번진 종이,그리고 그것을 받자마자 킁킁 맡던 나 자신이었습니다.그건 지금의 프린터나 복사기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죠.종이 하나에도, 손때와 냄새와 열이 묻어 있던 시대.오늘은 등사기라는 기술과, 그 시대의 향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보라색, 흐림, 번짐 – 등사본의 감각등사지는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죠:잉크는 보라색 혹은 파란색, 번지거나 얼룩이 많았고글씨.. 2025. 7. 15.
구청에서 보내온 우편지, 이제는 오지 않는다 구청에서 보내온 우편지, 이제는 오지 않는다– 한때는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신호– 종이에서 앱으로 바뀐 행정의 얼굴 오늘은 ‘구청 우편지’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거 뭐야?”현관문 밑에 놓인 구청 봉투를 보면왠지 모르게 심장이 철렁했던 기억, 있지 않나요?어느 날 집에 도착했는데우편함에 꽂혀 있던 회색 봉투.구청, 시청, 혹은 동사무소 마크가 찍혀 있고창문형 우편지 속에 이름 석 자가 딱 박혀 있던 그 느낌.그건 단지 서류 한 장이 아니라공적인 메시지였고,삶의 작은 사건을 알리는 전령이었습니다.하지만 요즘은 그런 우편지를 거의 받아보지 않습니다.오늘은 그 ‘공적인 종이 한 장’이어떻게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회색 봉투가 주는 감정.. 2025. 7. 15.